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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블라블라

기적을 믿나요?

by thomasito 202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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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치고는 허무맹랑한 꿈이 있었다. 쿠바에 가서 체 게바라의 발자취를 밟아보고 싶다는 인생의 작은 소망이 있었다. 그래서 호주에 갔다. 누가 거기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

 

 호주 캔버라에 처음 갔을 때 일자리를 못구해서 호텔들을 돌아다니며 레주메를 뿌리곤 했었다. 그 레주메들은 하우스키핑 매니저들의 자리에 수북히 쌓인 수 많은 레주메들 중 한 장이었다. 당분간 지낼 돈이 없어서 시급 15불을 받고 한국인들과 같이 청소를 다녔다. 

 

1) 어느 날 친구차를 타고 가는데 호주국립대 기숙사에서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화가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인데 3개월 짜리 단기 청소직업의 첫 면접을 위해 준비를 엄청 많이했고, 내가 이 잡을 해야하는 굉장히 간절한 이유들을 이야기했다. 당시 호주국립대 안에 있는 엘리트 유학생들도 많았지만 재미있게도 내가 뽑히게 되었다. 나의 시급은 22불로 올랐다. 

뭐야 너무귀엽짜나..

 

2) 내가 레주메를 돌렸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날 어느 날 이스트 호텔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어쩌면 하찮은 호텔 하우스키핑 잡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뷰에 임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나는 간절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호텔에 대한 모든 걸 줄줄 외워갔고, 지배인 아저씨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야간 시간대의 하우스맨(모든 잡다한 일을 다 한다.) 포지션으로 채용해주었다. 나의 시급은 25불로 올랐으며, 토요일에는 35불, 일요일/공휴일에는 50불에 가까운 시급을 받았다.

빨래와의 외로운 싸윰

 

 이 두 가지 잡을 동시에 돌리면서 나의 수입이 1주일에 1,000불이 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쿠바로 가는 나의 목표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1월이 되어서 쿠바 땅을 밟아보게된다. 

암시장에서 산 시가를 물고

 

 

  기적이었다.

 

기적을 믿나요? 저는 기적을 믿어요 (살아온 날들이 기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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