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행 루트
네팔도 오래 있으면 되게 볼 곳이 많은데 나는 수도인 카트만두와 대표적인 관광지인 포카라만 갔다. 당시에 인도와 네팔을 가느라고 시간도 되게 촉박했다는 점이 좀 아쉽기는 하다.
네팔 자체가 산악 국가다 보니까 눈으로 봤을 때 되게 가까운 거리인데도 이동하는데 정말 오래 걸린다. 다르질링에서 카트만두까지 도로의 길이로 따지면 한 500km 정도로 한 서울에서 부산정도 거리다.
그런데 이 거리가 한 30시간 정도 걸린다(!)
이전에 인도 편에서도 적었지만 네팔 여행은 솔직히 인도보다 훨씬 아니 100배는 좋았다.
그 이유는 매우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1) 먹을 게 너무 많았다는 점과 2) 조용한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 3) 무엇보다 히말라야를 내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겠다.
1. 카트만두(★★★★☆) : 나의 미각을 다시 찾는 곳
2. 포카라(★★★★★) : 한국행 비행기를 미루게 된 곳
네팔에 대한 5가지 생각
1. 네팔사람들은 인도사람들과 '매우' 다르다.
아마 이 점이 모든 여행자들이 받는 첫 번째 인상일 것이다. 인도가 여행지로서 정말 피곤한 이유 중에 하나는 여행사든 삼륜차 릭샤 기사든 누구든 항상 나에게 사기를 칠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에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이 피곤함은 정말 겪어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하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사람들과 갈등이 생겨서 일이 안되면 결국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데, 여행에서는 한 번의 나쁜 경험으로도 하루를 망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남자지만 인도는 여자가 지나가면 정말 계속 쳐다본다. 여자 여행자가 혼자 다니기엔 물론 조심하면 괜찮지만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네팔 사람들은 진짜 다르다. 솔직히 이게 개인적인 느낌인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이렇게 써있다.
In general, Nepalis are very laid-back people who don’t invade one’s personal space, male or female. Nepali men are not prone to staring or making audible or muttered comments to foreign women. (출처는 여길 클릭)
네팔인들은 되게 느긋해서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들의 개인적인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네팔 사람들은 (인도 사람과 달리) 외국인 여성을 계속 쳐다보지도 않고 쓸데없이 말을 걸지도 않는다.
네팔 사람들은 되게 느긋하고 동네도 인도보다 훨씬 안전하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2. 쿠마리라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네팔은 불교문화의 발상지이기도 하지만 힌두교인이 80%에 이르는 나라다. 그런데도 불교 문화에 대한 존중이 있어서 그런지 사원이나 승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딱히 갈등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도 편에서 말했듯 힌두교는 진짜 신기한 종교라고 생각한다. 이 힌두교에서 파생된 것이 바로 네팔만이 있는 '쿠마리'라는 존재이다. 힌두교의 어떤 여신의 살아있는 화신으로서 섬긴다고 한다.
쿠마리는 어린 아이이다. 어렸을 때 32가지 판단기준(나무위키)을 충족하면 쿠마리로 선발된다. 보통 일반사람들과 달리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사원 안에서 엄격한 규율 하에 생활한다. 가정교사가 1:1로 교육을 하며 좀 되게 특이한 복장과 화장을 하고 다닌다. 이렇게 쿠마리가 되면 살아있는 신이 되지만 자유는 빼앗긴다. 그리고 쿠마리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초경을 하는 것이다. 피는 불경한 것으로 여겨져 초경을 하면 여자아이는 사원에서 쫓겨나 평범한 사람으로 다시 살아가야 한다.
정말 힌두교는 특이하다..
카트만두에 가면 쿠마리가 가끔 나와서 먼발치에서 쳐다본다. 그걸 보려고 쿠마리 사원에 가면 관광객들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가이드들도 쿠마리가 나타날 때 카메라를 들이대면 갑자기 화를 낼 정도로 쿠마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아동학대니 뭐니 논란이 있지만 아직까지 인도와 네팔에서는 종교가 먼저인가보다.
3. 고퀄리티 한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
네팔에서 가장 좋은 점은 한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네팔은 우리나라의 전문산악인 뿐만 아니고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도 트레킹을 하러 엄청 많이 오는 곳이다. 어느 정도냐면 대한항공에서 인천-카트만두 직항편을 운행할 정도다. 그래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무척 많고, 음식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 솔직히 인도에서 먹어본 한식은 유튜브로 한식을 배워서 만든 느낌이었는데 네팔에서 먹어본 한식은 정말 '찐'이었다.
이게 인도 아그라에서 먹은 김치볶음밥이고,
이게 네팔에서 먹은 한식이다. (말해 무엇합니까)
무엇보다 네팔에서는 인도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기를 많이 먹는다. 삼겹살도 김치찌개도 먹을 수 있다.(한국에서 일했던 외국인 노동자가 운영하는 식당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네팔은 부모님과 트레킹하러 여행 와도 한식만 먹다가 갈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발길도 많이 닿았고 그만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다.
4. 네팔만의 무언가가 있다.
우선 국기다. 대부분 국가들이 가로가 긴 직사각형의 국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네팔은 세로가 더 길다. 위의 문양은 초승달을 상징하고 아래는 태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왕정에서 쓰던 국기인데 뭐 꽤나 맘에 들었는지 아직도 계속 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3시간 15분이다. 원래대로라면 인도와 시간대가 같아 3시간 30분인게 맞는데 인도와 다르고 싶었는지 저런 15분 차이라는 이상한 시간대를 쓴다. (북한도 평양표준시라 그래서 우리나라와 30분 다른 시간을 쓰다가 복귀했다) 이런 거에 왜 목숨걸고 힘빼는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보면 볼 수록 신기한 동네다.
5. 히말라야와 외국인 노동자가 먹여살리는 나라이다.
네팔에 가면 길거리에도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즈베키스탄도 그렇다) 왜일까?
네팔의 인구는 3천만명으로 저 고산지대에 사람이 살만한 땅이 별로 없다는 걸 생각하면 인구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팔의 1인당 GDP는 2020년 기준 1000불이다. 한 달의 1000불이 아니고 1년에 1000불이라는 의미이다. 게다가 전체인구의 80%가 넘게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볼리비아같이 보통의 내륙국들이 그렇듯이 마땅한 산업이 들어서기 어렵고, 결국 사람들은 해외로 이주할 수 밖에 없다.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외교부에서 나온 네팔 경제현황 자료를 보면, 근로자의 송금이 전체 외화벌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이고, 이 중에 관광수입이 10%이다. 과연 히말라야가 없었다면 외국인 노동자가 없었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굴러갈까 의문이 들 정도다. 네팔에서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 나라 경제구조를 한 번쯤 생각해보시면 되겠다.
네팔을 여행하며 재미있게 느낀 것들을 적어보았다. 네팔은 정말 가볼만한 곳이다.
히말라야가 주는 아름다움, 불교 유적지와 힌두교 유적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 착한 심성의 사람들 이 이유만으로도 네팔이 주는 매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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