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증권사의 하는 일
증권사 PI 주니어의 하루라는 글을 쓰려고 하다보니 증권사에서 하는 일을 간략히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아는 바대로 한 번 정리해보았다. 물론 내가 모두 겪어본 부서가 아니다보니 일부는 자세하게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고 봐주시면 좋겠다. 자본시장법상 용어는 금융투자업이라는 말이 맞긴 하나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증권사라는 말을 편하게 생각하므로 증권사라고 쓰도록 하겠다.
증권회사의 역할
증권사는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수신기능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맡긴 돈을 개인이나 기업들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NIM(Net Interest Margin) 비즈니스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은행이 파워가 있기 때문에 특이하게 은행에서 펀드나 파생상품을 팔기도 하지만 은행은 그래도 예금/대출이 기본 기능이다.
증권사는 투자은행이라고도 하는데 은행처럼 수신기능은 없지만 고객들이 주식,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여기서 수수료를 수취한다. 쉽게 말하면 유가증권을 (1) 발행, (2) 유통하는 것이 증권사의 핵심역할이다. 개인고객들이 IPO에 참여하는 역할을 생각하면 쉽다. 증권사 IPO 부서는 기업의 주식 상장을 도맡아 발행업무를 진행하고 여기서 주관 및 인수 수수료를 수취하며, 이렇게 발행한 주식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유가증권의 유통업무를 제공하고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업고객들에게는 주식, 채권 발행이나 기업/대체투자를 Deal을 쿠킹하여(=만든다는 말이다) 수수료를 받고, 좋은 Deal이 있다면 자기자본으로 직접 투자하여 그 이익을 향유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자본시장이 굴러갈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의 최근 순영업수익을 열어보면 증권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브로커리지는 일반적인 주식 수수료이고, BK이자는 개인고객들의 신용이자를 말한다. IB는 IB가 벌어들이는 수수료 및 이자수익이며, 운용 등 이라는 부분이 PI, 트레이딩의 손익을 합친 것이다.
1. 트레이딩 (Trading) / PI (Principal Investment)
가끔 TV를 보면 모니터를 10개씩 깔아놓고 집중하는 척 하는 사람들이 뉴스에 나오는데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트레이딩 플로어의 모습이다. 트레이딩은 시장성 자산들을 매매하는 것이 주업이며, 수익의 원천은 운용 수익이다.
1) 전통적인 유가증권
트레이딩은 기본적으로 시장성 자산을 거래하는 부서이다. 크게 보면 주식운용부서와 채권운용부서로 나눌 수 있다. 주식운용부서는 일반적인 상장주식 이외에도 Mezzanine(CB, BW, EB)를 거래한다. 채권운용부서는 회사돈으로 운용할 수도 있고, RP와 같이 고객돈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 주식 트레이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금리 인하기에 채권운용부서는 돈을 엄청 잘 버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당시 증권사 채권운용부서는 돈을 많이 벌어서 인센티브를 엄청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 파생상품
그리고 ELS, DLS와 같은 파생상품을 구조화하고 세일즈하는 부서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상품들은 지수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일정수익을 보장받지만, 지수가 일정 이하로 하락하면 원금이 깨지는 위가 막혀있고 아래가 열려있는 상품들이다. 기초자산으로 지수와 채권을 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돈을 꽤 벌고, 세일즈를 통해서도 수수료가 꽤 된다고 한다.
3) PI 운용
PI 는 기본적으로 회사 돈을 운용하는 운용부서이며 수익의 원천은 운용수익이다. 또한 PI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과 같이 시장성 자산을 매매할 수도 있고, Equity(지분) 투자나 Debt(대출)을 통해 비시장성 포지션에 투자할 수도 있다. 그리고 IB도 투자대상이 기업과 부동산으로 나누어지듯이 PI도 기업/부동산 양쪽에 모두 투자할 수 있다. 트레이딩도 회사 돈을 가지고 시장성 자산을 매매하기 때문에 PI라고 하면 비시장성 자산(Equity/Debt)에 투자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다. (개인적 생각)
PI는 기본적으로 buy-side 이기 때문에 sell-side 인 증권사 IB나 운용사, 벤처캐피탈들에서 좋은 Deal 을 가지고 찾아오면 이를 검토하여 투자한다. 국내 시장에서 buy-side 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연기금, 공제회, 금융사(은행,증권,보험 등)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접수된 Deal 들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투자보고서를 작성하고 심사팀의 심사를 통해 투자하게 된다. Equity 투자의 경우에는 이 회사/부동산이 얼마나 성장할지를 고민하면서 IRR이나 회수 Multiple을 보는 편이고, Loan의 경우에는 이 회사/부동산이 망하지 않고 나의 원금과 이자를 잘 가져다 줄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LTV(빌려주는돈/대상의가치), 원리금 상환 시나리오를 본다.
Buy-side는 사는 쪽이기 때문에 회사/부동산 Equity나 Loan을 장기간 보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자 수취, 배당금이나 분배급 수취, 추가 출자, 상환과 같이 수많은 이벤트들이 발생하고 이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사후관리할 것이 많은 편이다.(소위 말해 잡일이다.) 계약서의 조항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EoD(End of Default : 기한이익상실)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의 리스크 부서에서 포지션들을 정기적으로 검토한다.
2. IB (Investment Banking)
트레이딩 수익의 원천이 운용 수익에 있다면 IB 수익의 원천은 수수료 수익과 캐리 수익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IB의 기본적인 역할은 딜을 성사시키는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이지만, 일부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캐리(carry)한다고 한다. 회사 돈을 쓰는 경우 회사에 자금에 대한 비용을 내는데 벌어온 수익에서 차감하는 형식으로 낸다.
1) 기업 금융
기업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IB의 기능은 IPO와 채권발행이며, 전자를 ECM(Equity Capital Market), 후자를 DCM(Debt Capital Market)이라고 한다.
ECM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주식을 상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IPO 업무이다. IPO와 상장은 엄밀히 다른 말이지만 구분의 실익이 없기 때문에 동일하게 쓰겠다. 상장하고자하는 주식을 인수한 후에 공모과정을 통해 개인이나 기관에게 파는데, 여기서 인수 수수료를 받는다. 인수란 증권사가 책임지고 상장하고자하는 주식을 먼저 떠안는 것이며, 그에 대한 리스크 테이킹으로 받는 것이 인수 수수료이다.
이것 이외에도 IPO 부서는 상장하고자 하는 기업에 Pre-IPO 투자를 한다. 만약에 공모가가 잘 나와준다면 Pre-IPO에 투자했던 주식을 매도하여 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2020~2021년처럼 주식시장이 매우 좋을 때 IPO 부서의 인센은 많은 편이다.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IPO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제출해야할 서류들이 많기 때문에 업무량은 많은 편이나 보고서 작성이나 리서치의 베이스를 잘 배운다고 한다.
DCM은 기업들의 채권발행업무를 맡는다. 채권시장은 채권등급별로 평가사들이 평가한 민평금리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쉽게 말하면 이 채권은 얼마에요 라고 매일매일 민평금리가 나온다.(채권의 가격은 금리다.) 수요예측이나 입찰을 통해 민평대비 높게 또는 낮게 발행을 할지 결정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주관회사와 인수회사가 나오는데 주관회사는 발행절차를 총괄하여 책임지는 회사이며 인수회사는 발행한 채권을 인수한 후에 파는 역할을 한다. 인수한 채권을 판매하는 것을 매출이라고 한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인수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다.
이것 이외에도 인수금융, M&A, PE, 구조화 업무 등등이 존재하며 본래 IB 라는 것이 영업실적에 따라 평가받는 개인사업자에 가깝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지 팀별로 업무 role 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 이 경향은 대형사에서 소형사로 갈수록 더 뚜렷해지는데 소형사의 경우 더 업무 role 이 방대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더 많은 편이다.
2) 대체 투자
최근에 매우 인기가 많았던 부서가 바로 대체투자 부서이다. 대체투자는 부동산 이외에도 각종 인프라(태양광, 풍력, 도로, 항만 등등)를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부동산을 말한다.
부동산 PF는 최근 십 수년간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고, 아주 쉽게 말하면 . 시행사가 건물을 지을 목적으로 사서 가져오든 빌려서 사든 토지를 가져오면 여기서 지분과 대출을 조달하여 건물을 올린다. 증권사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도 많이 챙기고, 지분투자나 대출을 해서 PF의 이익을 나누어 가져가기도 한다. 최근 증권사에서 보수가 많은 것으로 공시되는 5인에 항상 이 부동산 PF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수익은 좋은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 조달한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면서 매입약정을 통해 만기가 짧은 유동화 채권을 계속 찍어서 여기서 수수료를 많이 챙긴다. 기초자산이 망가져도 증권사가 신용으로 사줄 것을 약정했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된다.
3. WM/디지털/법인영업
WM(Wealth Management)/디지털/법인영업은 기본적으로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상품을 판매하며 판매 수수료(브로커리지)가 수입의 원천이다. .WM/디지털은 기본적으로 고객을 만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WM은 개개인의 역량으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며,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가져간다. 하지만 디지털은 모바일에서 거래하는 고객들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WM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매우 다르다. WM이 사양산업이라고 하였으나 2020~2021년에 증권사들의 수익의 원천이 브로커리지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WM은 자신이 영업능력만 있다면 여전히 좋은 직군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못하지만 WM/디지털의 수익의 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신용융자 이자이다. 고객들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증권사는 고객들에게 주식매수를 더 할 수 있도록 돈을 빌려 준다. 이자율이 적게는 5~10% 수준으로 꽤 높은 편인데, 대부분 신용융자의 최대만기가 90일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자가 쌔다고 볼 수 있다.
WM/디지털도 법인 고객들이 있지만, 법인 영업은 그보다 더 큰 대기업, 금융기관같은 법인 고객들을 관리한다. 특히 기업과 같은 경우에 유휴 자금을 활용하고자 하는 니즈가 많기 때문에,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MMW, 예금담보 CP 등을 많이 가입한다. 법인 영업의 고객대상들은 적게는 몇 십억에서 많게는 천억 단위로도 거래를 하는 큰 손들이다.
이렇게 3가지 정도를 크게 보면 증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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