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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명동 맛집] 명동돈까스 : 돈확행, 돈값하는 확실한 행복

by thomasito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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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돈까스에 대하여

 최근에 내가 명동돈까스에 대해 들은 것은 일본이 패망 이후 남기고간 불하재산이라는 것이었다. 패망 이후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쫓기듯 도망갔고 미군정은 이러한 재산들은 조선인들에게 싼 값에 불하했다. SK 창업주도 일본인 회사에서 일하던 종업원이었으나 재산을 불하받은 것이었다. 어쨌든 명동 돈까스도 일본인이 남기고 간 불하재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때는 1983년. 명동 돈까스 사장님은 재일동포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메구로 지역의 '돈가스 동키'라는 집에서 큰절까지 하면서 조리법을 배우고자 간청했다. 일본인 주인은 계속 핑계를 대며 피했지만 석달만에 승낙을 받아 한국인 요리가 2명과 함께 소스를 제외한 조리법을 배웠다. 돈까스 동키의 주인은 "소스는 집집마다 다른 거라면서 그것만은 가르쳐주지 못하겠다." 라고 했고 명동돈까스에서 자체적으로 소스를 개발했다. 초기에는 기름기가 많은 등심으로 튀겨서 맛은 좋았으나 건강에 좋지않아 지금은 살코기만을 쓰고 있다.

 

 어쨌든 오늘은 점심을 먹으러 명동돈까스에 갔다. 이 집은 내가 좋아하는 가장 기본에 충실한 집이다. 기본이 충실한 집일 수록 메뉴가짓수가 적다. 로스까스(1.4), 히레가스(1.5), 생선가스(1.3), 코돈부루(1.8), 새우후라이(1.9)가 이 집의 대표메뉴이다.  보통 이 집에 오면 로스까스나 히레가스를 먹는 게 대부분이다.

 

 가격 판에서도 그 역사가 느껴진다. ^^ 

 

 

로스까스냐 히레까스냐

 짜장면과 짬뽕처럼 돈까스집에서는 로스와 히레 중에 고민에 빠질 수 있다. 로스까스등심을 말하며 지방이 적고 좀 더 씹는 맛이 있다. 영어의 로스트(roast)에서 온 말이다. 반면 히레가스 안심을 말하며 지방이 좀 더 많아 부드러운 편이다. 요즘 돈까스 집들에서는 등심까스 윗부분에 있는 비계까지 같이 튀겨서 좀 더 보들보들한 맛이다. 히레는 생선살을 의미하는 Fillet에서 왔으며 생선살처럼 부드럽다고 하여 히레가스라는 말이 붙었다. 돼지고기 씹는 맛을 원하시는 분은 로스, 부드러운 맛을 원하시는 분은 히레를 시키시면 되겠다.

 

오늘은 로스가 땡겨서 로스까스(1.4)을 주문했다. 돈까스집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다. 밥, 미소된장국, 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아무래도 돈까스 전문점이다 보니까 색깔도 그렇고 퀄리티가 상당히 훌륭하다. 참깨소스는 샐러드에 돈까스 소스는 돈까스에 뿌려먹으면 된다. 나는 보통 음식 자체의 맛을 먹고 싶어서 나머지 절반 정도는 돈까스 소스 없이 그냥 먹는 편이다.

 

이쁘다 새우후라이

 사실 돈까스 집에서 아쉬운 점 중 하나는 같이 먹을만한 탕수육 같은 음식이 좀 애매하다는 사실이다. 일단 다들 돈까스 하나씩 먹고 있기 때문에 튀김 이외에 다른 걸 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기는 확실히 튀김 전문점이다. 그래서 새우후라이(1.9)도 하나시켰다.

 

 일단 맛을 보기 전에 비주얼이 너무 이쁘다. 음식에 대해서 이쁘다는 표현이 좀 뭐하긴 하지만 그냥 뭔가 되게 기분좋은 비주얼이다. 새우는 왕새우라서 안에 튀김 옷 안에 새우가 진짜 탱글탱글하게 들어있다. 물론 돈까스도 튀김이고 새우후라이도 튀김이라 약간 물릴 수도 있겠으나 식감 자체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1인당 한 개 정도는 충분히 먹을 만 하다.

 

다음엔 코돈부루를 꼭

 코돈부루 이 메뉴 도대체 뭔지 궁금하다. 코르동 블뢰(프랑스어: Cordon bleu)는 얇은 햄을 치즈에 싸서 기름에 튀기거나 구운 고기 커틀릿이다. 일본식으로 읽어서 코돈부루이며 우리가 보통 오스트리아 여행가면 먹는 슈니첼을 생각하면 된다. 이것이 어원이고 그냥 쉽게 말하면 치즈돈까스를 생각하면 되지만, 차이라 하면 돈까스는 일본 태생이고 코돈부루는 프랑스 태생이라는 것일 뿐이다. 이 집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메뉴라 다음 번엔 이걸 먹어봐야 겠다.

 

아버지와 명동돈까스

 우리 아버지는 은행원이셨다. 아버지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은행에 입행하셨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어렸을 때 밤이 될무렵 아버지를 데리러 독서실에 매일 갔다. 아버지는 은행에 다니면서도 마치지 못한 학업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그러셨는지 야간대학을 다니고 퇴근 후에 독서실에서 대학공부를 하셨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렸던 시절 나는 아버지에게 공부라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당시 아버지의 직장은 명동이셨다. 아버지가 일찍 퇴근하고 공부도 하지 않으시는 날엔 우리가족을 명동으로 불렀다. 동네 밖에 모르던 어린 시절 명동이라는 곳은 엄청나게 큰 세계였다. 외국인도 많고 상점들도 많던 명동으로 가는 날은 항상 신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명동에 올 때마다 우리에게 명동돈까스를 사주셨다. 돌이켜 보면 지금이야 일식 수준이 되게 상향 평준화 되어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 정도 퀄리티를 제공하는 돈까스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20년전에 6~7천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결코 싼 음식은 아니었다.

 

 나는 명동돈까스를 갈때마다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한다.

 

명동 돈까스는 한 마디로 하면 돈 값은 하는 집이다. 얼마 아껴보겠다고 다른 돈까스를 먹을 수 있겠지만 이 맛을 내긴 어려울 것이다. 돈확행, 돈값 하는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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