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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블라블라

장예모 감독의 <인생>을 보면서

by thomasito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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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옛날 영화들을 참 좋아한다. 대부 시리즈도 좋아하고 영웅본색 시리즈도 좋아한다. 그래도 오랫동안 계속 좋아했던 영화를 꼽자면 바로 장예모 감독의 인생이 아닐까 싶다.

 

중국 현대사의 수많은 사건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인생

 나는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들을 참 좋아한다. 이 영화는 중국 현대사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국공내전과 중국의 공산화, 대약진운동 그리고 문화대혁명같은 사건들 속에서 평범한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인 푸구이는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다. 노름을 즐겨하는 바람에 집안을 풍비박산 냈지만 이 덕분에 중국의 공산화 시기에 반동분자인 자본가 계급이 처벌받는 가운데 자본가 계급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영화 속에서는 노름으로 집을 가져간 룽얼이 반동분자로 사형당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리가 주연인 자전 또한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홀로 아들과 딸을 키우며 어마어마한 고생을 한다.

 

 또한 사고로 아들을 잃지만 또 딸인 펑샤를 결혼시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화대혁명 속에서 의사들은 반동분자로 모두 끌려가고 의대를 갓 졸업한 학생들이 병원에서 의사노릇을 하게 되면서, 펑샤는 출산과정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펑샤를 치료해줄 의사가 반동분자로 찍혀 굶은 상태에서 만두를 급하게 먹다가 기절해버려 펑샤를 치료해주지 못한다.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행복은 푸구이와 자전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이다.

 

누구도 모르는 인생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첫 번째는 인생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속에서 인간은 너무나도 무력하고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람이 통제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장면은 바로 룽얼이 반동분자로 사형당하는 장면이다. 푸구이는 살려달라고 외치는 룽얼을 보며 집으로 도망치듯 들어오는데, 그것은 자신이 룽얼에게 노름으로 집을 뺏기지 않았다면 처형받는 위치에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생은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런 인생의 무게를 담담이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 인생은 버틸 수 없을 만큼의 힘든 고난을 주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도 역시 사람의 몫이다. 인생이라는 게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그냥 일어나고, 그것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운명론적인 삶에서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주어진 일에 최대한 노력하되 그 결과로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담담이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이 영화를 보면 내가 겪는 어려움이나 힘든 점들은 그 이전에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보편적인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더 나아가 과거에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너무도 무력했던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내 의지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지금의 시대는 또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내 마음의 위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작은 위로를 주는 인생이라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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