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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호주 워홀(Australia)

[호주 2편] Brindabella 농장 : 찐 호주를 만나다

by thomasito 202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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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라를 가도 잡이 안 구해지네

그렇게 캔버라에 가서 또 잡을 구하지 못하고 무한히 놀고 있었다. 캔버라는 우리로 말하면 세종시같은 느낌인데 호스텔도 몇개 없어서 시티에 있는 YHA에 머무르며 지냈다. 시티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한 도보 10분 이내에 모든 것들이 있었다. 게다가 도착한 몇 일간 계속 비가 와서 내 마음도 되게 우중충한 상태였다.

여전히 잡은 구해지지 않았다. 코리아에서 밀리터리 서비스를 했다라고 어필해보았지만 호주사람들에게 나는 호주의 경력이 하나도 없는 백지에 불과했다. 그 와중에도 참 혼자 잘 놀아서 캔버라에 대사관들이 개방을 하는 축제가 있는데 대사관을 놀러다니며 나름 시간을 잘 보냈다.

온 캔버라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다.
타이 대사관
아랍 왕자 놀이도 도전했다.

추천서(레퍼런스)를 구하자

그러던 중 호주친구에게 호주 사람들은 추천서(레퍼런스)를 들고 잡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때는 한국에서 알바 정도만 했던 때라 추천서라는게 전혀 와닿지 않았다. 뭐가 됐든 호주 사람이 나를 보증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그 와중에 YHA 호스텔에서 다음과 같은 구인 공고를 보았다.

하루에 반나절만 일함. 숙식제공. 호주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음. 보수는 없음.


따르르릉 전화를 했고 몇 마디 하다가 일요일에 시티에 내려오니까 그때 나를 픽업해가겠다고 하셨다. 오케이! 나도 이제 할 일이 생겼다. 일요일이 되어서 백발의 노인 두 분이 트럭에서 내리셨다. 가는 내내 이야기를 했는데 되게 유쾌하고 좋은 분들이었다. 정말 호주의 대농장이었다.

끝이 안보이는 농장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독채이며,
할아버지 할머니는 브린다벨라 스테이션이라고 불렀다.
두 분다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었다.
이렇게 독채를 혼자서 쓸 수 있었고,
나만의 공간이 있어서 너무 좋았으며,
끼니 때마다 먹을 것을 넣어주셨다.
과일도 항상 챙겨주셨다.

진짜 호주는 시골이구나

그곳은 정말 시골이었다. 셀 수 없는 소와 양들이 거기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원래 스페인 사람이었는데 아버지가 프랑코 시대에 호주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아버지가 살바도르 달리와 친구여서 받았던 살바도르 달리의 작은 작품도 보여주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반나절 정도 일을 시켰다. 집 밖 청소도 하고 낙엽도 쓸고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말이지 태어나서 이렇게 생각도 많이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냈던 적이 없었기에 나에게는 좋은 시간이었다.

양들도 정말 많았고,
소들도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었다.
오후에는 쉬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 책도 많이 읽었다.
해질 녘에도 너무 이뻤다.

다시 캔버라 시티로

2주 정도 시간을 보내고 캔버라 시티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좀 잘못한 점도 많은데 그때 당시에 의사소통이 잘 안되서 시티로 내려올 때는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께 너무 감사했다. 내려올 때 할아버지가 레퍼런스를 하나 써주셨다. 저 레퍼런스가 나의 호주에서 잡구하는 일을 완전히 바꿀 줄이야 그때만 해도 상상도 못했다.

할아버지가 써주신 레퍼런스 벌써 2013년이다.

자연 속에서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도시를 떠나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낀 경험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다시 만난다면 너무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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