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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읽기

<독일인의 사랑> 순수한 사랑에 집착하는 이유

by thomasito 2022.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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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을 생각해보니 너무 책을 안 읽은 것 같아 친구들에게 책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첫 번째 친구인 루나는 중남미 여행 중에 만난 친구인데 여행 중에 책을 읽는 정말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루나는 나에게 막스 밀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추천해주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감성이면 이 책도 좋아할 거라고 했다. 두 번째 친구인 ISFJ는 기자로 나의 배구이야기를 들어주는 몇 안되는 친구다. 친구는 나에게 <쇼코의 미소>를 추천해 주었다. 나는 독일인의 사랑을 먼저 읽었다.

 

언어학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

 독일인의 사랑은 막스 밀러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로 무려 1866년 작품이다. 본업이 언어학자 답게 그 소설속의 표현들이 상당히 유려하다. 이 시대에 읽어내기엔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낼수록 그 의미를 곱씹고 싶은 문장들이 꽤 있다.

"사랑을 아는 사람은 사랑의 척도라는 것이 없고 많다든가, 적다든가 하는 비교도 할 수 없으며 다만 사랑이란 것은 온몸과 마음으로 힘을 다하고 정성을 기울여야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생에 대한 글귀도 마음에 든다.

 인생의 강이 흐르는 한 그것은 늘 같은 강이고 변하는 것은 오직 강변의 경치뿐인 것 같다. 그러나 이내 인생의 폭포가 닥친다. 그것은 늘 기억에 남아 있어 우리가 폭포를 지나 멀리 고요한 대양에 다다랐을 때에도 폭포수의 굉음이 귓전을 울리는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고 우리를 계속 전진시키는 생명의 힘이 그 폭포에서 원기와 양분을 얻는 것처럼 느껴진다. ... 인생은 나의 작은 머리로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인생에서 나는 귀중한 영감을 얻었다. 인생에서 겪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비통한 일은 내게 신의 존재를 증명해준다.

 

순수한 사랑에 우리는 왜 아직도 집착하는가

 주인공은 마리아라는 후작 부인의 딸을 좋아한다. 마리아는 몸이 아프지만 주인공은 신학, 철학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서 마리아와 이야기하며 깊이 사랑에 빠진다. 주인공은 마리아가 아픈 사람이고 후작부인의 딸이라 자신과 지위가 다른 것을 알고 있으며 마리아가 그를 밀어내려 하지만 그럼에도 마리아를 좋아한다. 

이러한 온갖 상념에 젖어 나는 계속 길을 걸었다. 마음이 밝아졌다 이내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영혼 깊숙한 곳에서 고요와 평화를 찾아냈더라도 계속해서 고요를 유지하며 성스러운 은둔자로 머물기가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모처럼 찾은 고요와 평화도 금세 잃어버리고 그것을 되찾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아직도 읽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매일 매일 현실을 살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갈망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순수한 사랑을 했다면 사람들은 굳이 이런 것을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과 순수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직도 이 작품이 울릴 수 있다면 우리들 모두 깊은 내면에는 순수한 사랑에의 갈망이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유명한 부분은 이 대목일 것이다.

"그런데 왜 나를 사랑하지?"
그녀는 이 결정적인 순간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냐고?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봐. 들에 핀 꽃에게 왜 피었냐고 물어봐. 태양에게 왜 햇빛을 비추냐고 물어봐.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이야. 이 대답이 부족하다면 네가 가지고 있는 여기 이 책의 말을 빌려 대답할게."

 

 

사랑에 대한 마리아의 생각을 적으며 마무리 해본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자신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사랑받고 있음도 알 수 없을 것 같아. 사랑을 깨달은 사람이라도 스스로 자신의 사랑을 믿는 만큼만 다른 사랑을 믿을 수 있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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