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
나는 대학교 시절 부터 이것에 대해 되게 많이 생각했다. 우리도 하루에도 수 많은 대화를 한다. 매일 일어나는 일상부터 인생의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상대방이 대화내용보다 '대화를 재미있게 했다.' 라는 느낌이 마음 속에 남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다.
대학교 때 나는 보수 정치인들을 매우 싫어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대학교 때 대학이라는 나의 생활공간에서 일어나는 권위주의들이 보수정치의 산물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은 중학교 친구와 정치 이야기로 다투고 그 이후로 연락을 안 하게 된 적이 있다. 사실 그 정치인들이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무의미하게 다퉜나 후회를 참 많이 했다.
그런 일련의 실수들을 반복하고 나서 대화의 내용 자체보다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는 영화 이야기를 하고 투자를 좋아하는 친구와는 투자 이야기를 하고 커리어를 추구하는 이야기를 하면 커리어가 중요하다고 하며, 또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친구한테는 워라밸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을 했다.
나에게 대화의 목표는 친구가 집에 가면서 '오늘 이야기가 참 재밌었다.'라고 느끼게끔 해주는 것이 되었다.
물론 이렇게 대화를 하다보니 내가 의견이 없는 무색무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다. 상대방 위주로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내 주관이 되게 강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혼자 여행하며 지내오면서 개인주의자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도 내 의견은 있는 편이다.
MBTI 신봉자가 되다?
요즘에 MBTI 로 성격을 분류하는 것이 때 아닌 트렌드가 되었다. 찾아보니까 사실 MBTI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남성인력이 부족하여 생산이나 후방 일선에 보내야 하는 여성인력들을 업무성향에 맞추어 분류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것이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유행을 탄 이유는 이 4가지 분류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향과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굳이 긴긴 대화를 하지 않아도 대강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최근에 내 성격이 INFP 인프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왜 이런 대화를 이어오는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NFP 들의 성향 자체가 N(상상력이 많음), F(논리보다 감정을 중요시함), P(유동적이고 개방적인 사고)으로 이루어져 있다보니까 어디나 쉽게 묻어갈 수 있는 성격들이다. 게다가 I(내향형) 성향이다 보니까 왠만하면 먼저 나서진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 모임을 주도하면 또 반드시 묻어가는 성향이다.
이외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인프피의 특징을 보면 내 성향과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 개인주의자다.
- 이상주의자다.
- 진정성을 중시한다.
- 전통(관습)에 매달리지 않는다.
- 이해심 많고 적응력이 좋으며 대체로 관대하고 개방적이다.
- 조화롭게 살고자 하며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철저하다.
-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을 즐거워 한다.
ENFP, INFP 모두 이상주의자이긴 하지만 INFP 들은 그 중에서도 개인주의자에 속한다. 나는 1년 반 동안 혼자 여행을 다녔더니 혼자 보내는 시간을 알차게 잘 보내는 편이다.
사람들은 대화에서 '공감'을 원한다
사실은 INFP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대화에서 공감을 원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굳이 어떤 상황에 대해 논쟁하거나 평가받고자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공감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때로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들어주고 고개만 끄덕여주면 될 일이다.
INFP로서 계획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부족한 편인 것 같다. 배울점이 많은 ISTJ, ESTJ, INTJ, ENTJ 들을 보면 이것 저것 배울 점을 많이 찾아봐야 겠다. 때로 본인의 MBTI를 정확히 알게 되면 다른 유형의 사람들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 지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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