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같이 떠오르던 발리예바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의 편파판정이 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 가운데 대회가 막바지로 갈 수록 주목받은 선수가 한 명 있었는데 러시아의 피겨선수 카밀라 발리예바였다. 베이징 올림픽 직전 발리예바는 쇼트와 프리의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던 무시무시한 선수였다. 베이징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쉐르바코바와 트루소바도 막을 수 없는 파죽지세였던 것이다.
시간은 다시 1986년 우크라이나
1986년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연방공화국) 키예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프리피야트라는 도시가 있었다. 당시 소련은 문제가 많은 사회주의 국가였지만 그래도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2인자를 자처할 만큼 영향력 있는 나라였고 국가계획 경제체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복하진 않았지만 밥 먹고 살만 했다. 프리피야트도 그런 아주 평범한 동네였다. 소련 시절 개성없이 지은 아파트들이 즐비한 도시였던 것이다.
어느 날 프리피야트 인근의 발전소에서 엄청난 화재가 난다. 얼마나 불길이 거셌는지 동네 사람들은 자다 나와서 불 구경을 했고 인근의 소방대원들이 전부 출동해서 진화에 나섰어야 했다. 이것이 바로 1986년 4월에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였다. 원자력 발전소의 가장 위험한 부분인 원자로 노심이 폭발하였으며, 사고의 원인은 원전 담당자 아냐톨리 다틀로프가 무리하게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지만 이후가 더 문제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소련 정부는 프리피야트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사고를 은폐, 축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몇 일이 지나서야 자신들의 힘으로 진화가 안 된다고 깨닫고 뒤늦게야 대피명령을 내린다. 사실 이것을 알게 된 것도 주변의 스웨덴 같은 국가에서 뜬금없이 방사능 수치가 높아진 것을 알고 소련을 추궁한 것이다. 이렇게 사고를 은폐 축소하는 행위로 수 많은 주민들이 피폭을 당하고 피해를 입는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 피폭된 지역에서 자라난 아동들과 생태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미드 체르노빌이 던지는 메시지는 자명하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도핑 그 거짓의 대가는 무엇일까
발리예바는 도핑이 적발되었으며 협심증 환자에게 쓰이는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발리예바는 할아버지의 약 성분이며 그것과 왜 섞인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은 이 도핑에 매우매우 민감하여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는 혹시 도핑 관련된 성분이 검출 될까바 먹는 것에 엄청 조심한다고 한다. 따라서 도핑을 실수라고 말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러시아는 어떻게든 도핑 사건을 덮으려고 했지만 이미 이전 올림픽에서 국가단위에서 자행된 도핑 의혹 때문에 더 이상 덮을 수가 없었다. 이 도핑이라는 거짓의 대가로 정당한 방법으로 준비하던 수 많은 피겨 선수들의 명예에 상처를 주었으며, 공정한 경쟁이라는 기치의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였다. 또한 이 거짓의 대가로 너무 어린 나이의 선수들에게 평생 짊어져야 할 부끄러움과 비난을 주었다.
발리예바는 아직 한국 나이로 고등학생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도 많고 피겨선수로서 꽃피울 수 있는 날도 많았을 것이다. 어찌보면 굳이 도핑을 하지 않았어도 역사상 훌륭한 피겨선수로 남을 수 있었을 거고, 혹여 훌륭한 피겨선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선수였을 것이다. 올바른 사리판단을 하기 어려운 미성년자의 나이에 겪었기 때문에 너무 안타깝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거짓을 은폐할 수록 그 파멸적인 대가는 점점 커진다. 마침내 은폐할 수조차 없는 시간이 왔을 때 우리는 그 대가를 너무 크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부족하더라도 묵묵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겠다는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다.
'인생 > 블라블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 멋있는 사람 (0) | 2022.03.28 |
---|---|
밤 늦게 잠 안자고 일기장을 보다가 (0) | 2022.02.25 |
논어 읽는 배구선수(?) 이다현 선수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며 (0) | 2022.02.05 |
대화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 (INFP 인프피의 단상) (0) | 2022.02.02 |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2) | 2022.0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