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 가볍게 그리고 편안하게

작은 서점에 문득 들어가다

 어느 날 친구와 서점에 갔다. 카페와 바를 겸하는 아주 작은 서점이었다. 아마 사람들이 밀리의 서재같이 스마트 디바이스로 책을 많이보고, 종이책도 대부분 인터넷에서 사기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이 참 희귀해졌다. 영풍문고나 교보문고처럼 모기업의 비즈니스가 탄탄한 서점들만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가끔 지나가다 서점을 발견하면 언제나 물끄러미 들여다보거나 안에 들어가본다. 서점 자체가 크지 않다면 그 책들속의 사장님의 큐레이션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촌에 스태픽스라고 경치가 훌륭한 카페가 있다. 내부도 예쁜데 외부에 앉아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이쁜 곳이다. 여기 2층에 책을 파는 곳이 있어서 커피를 한 잔하고 잠시 들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들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친구가 나에게 골라준 책이 바로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였다. 사장님이 첫 장에 TEXTBOOK이라는 도장을 퐁당하고 찍어 주셨다.

 

도장이 참 예쁘다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이 책은 세계적인 경영사상가로 알려진 찰스 핸디라는 분이 손자, 손녀들에게 보낸 편지들의 내용을 묶은 것이다. 물론 그 분이 경영사상가인지 관심은 없었고 책을 읽고 찾아봐서 알았다. 아무래도 모음집이다 보니까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강력한 주제는 없지만 귀기울여 들을만한 이야기들이 여러 가지가 수록되어있다. 참고로 영어 원제는 <My self and other more important matters> 로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는 역자가 붙여준 제목이다.

 

몇 가지 기억나는 대목들을 정리해 본다.

 

1.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생각에는 마라톤이 삶에 더 가깝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넘어서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더 많은 훈련 그리고 친구와 가족의 응원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  ... . 게다가 마라톤 대회는 매년 개최된다 난 내년에 다시 시도하면 된다 삶은 마라톤처럼 장거리 경주다. 너희 자신 이외에 누구도 너희를 시험하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면 모두가 승자다.

 어렸을 때는 한가지를 집중적으로 엄청 열심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잡고 있는 사람이 결국에는 잘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헬스 같은 경우 보충제를 먹지 않으면 정말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 같은데 이걸 정말 꾸준히 하면 결국에는 조금씩 늘어나긴 하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헬스를 꾸준히 하고 있고, 이전보다 무게를 좀 못치더라도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2. 하고 싶은 일에 몰빵하기 어렵다면 워크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너희도 나처럼 이상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면 이런 워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너의 시간 중 일부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너희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돈의 유혹이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해라. 돈을 벌려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에 우리 삶은 너무도 소중하니까.

 최근에 가장 많이 와닿는 말 중 하나인 것 같다. 나는 꿈이 여행작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생업을 모두 포기하고 그 일에 뛰어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일의 비중을 조금씩 높이고, 원하지 않는 일의 비중을 조금씩 낮추는 현실적인 방향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도 벌여보고 투자도 해보면서 돈을 버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경험하여 직장에 매몰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좀 더 힘을 쏟아 보려고 한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기 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벌여보는 워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충분함을 삶의 규칙으로 삼자.

 하지만 우리 부부는 수집가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는 충분함을 삶의 규칙 중 하나로 삼으려고 했었다. 우리는 충분한 삶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비교적 편안하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삶을 누리려면 내가 매년 강연과 강의 집필을 위한 계약을 얼마나 체결해야 하는지 계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충분함의 기준을 낮출수록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난다는 걸 깨달았다. 강제적이 아니라 자유의지로 언제든 가난할 수 있다면 가난이 축복이라 말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은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난 충분함이라는 개념을 바로미터로 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얼마나 충분하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마는 적어도 그 목표를 두고 돈을 바라보면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작정 부자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보다 충분함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기준대로의 부자를 꿈꾸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이런 모음집 류의 책은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각 챕터별로 뜨문 뜨문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다. 나도 잠자기 전에 30분 정도 가볍게 읽었고 플래그를 여러 개 붙일 만큼 메모해둔 부분도 많았다. 결국 이런 책은 사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리마인드 차원에서 한 번씩 읽어도 좋겠다. 때로는 책 읽기에 대해 너무 무겁게 접근하고 싶지 않을 때 가볍고 편안하게 읽는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