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치고는 허무맹랑한 꿈이 있었다. 쿠바에 가서 체 게바라의 발자취를 밟아보고 싶다는 인생의 작은 소망이 있었다. 그래서 호주에 갔다. 누가 거기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
호주 캔버라에 처음 갔을 때 일자리를 못구해서 호텔들을 돌아다니며 레주메를 뿌리곤 했었다. 그 레주메들은 하우스키핑 매니저들의 자리에 수북히 쌓인 수 많은 레주메들 중 한 장이었다. 당분간 지낼 돈이 없어서 시급 15불을 받고 한국인들과 같이 청소를 다녔다.
1) 어느 날 친구차를 타고 가는데 호주국립대 기숙사에서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화가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인데 3개월 짜리 단기 청소직업의 첫 면접을 위해 준비를 엄청 많이했고, 내가 이 잡을 해야하는 굉장히 간절한 이유들을 이야기했다. 당시 호주국립대 안에 있는 엘리트 유학생들도 많았지만 재미있게도 내가 뽑히게 되었다. 나의 시급은 22불로 올랐다.
2) 내가 레주메를 돌렸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날 어느 날 이스트 호텔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어쩌면 하찮은 호텔 하우스키핑 잡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뷰에 임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나는 간절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호텔에 대한 모든 걸 줄줄 외워갔고, 지배인 아저씨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야간 시간대의 하우스맨(모든 잡다한 일을 다 한다.) 포지션으로 채용해주었다. 나의 시급은 25불로 올랐으며, 토요일에는 35불, 일요일/공휴일에는 50불에 가까운 시급을 받았다.
이 두 가지 잡을 동시에 돌리면서 나의 수입이 1주일에 1,000불이 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쿠바로 가는 나의 목표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1월이 되어서 쿠바 땅을 밟아보게된다.
기적이었다.
기적을 믿나요? 저는 기적을 믿어요 (살아온 날들이 기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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