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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블라블라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by thomasito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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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인생에 대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의도와 결과의 인과성이다. 어렸을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인생의 언제나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믿었다. 물론 확률적으로는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통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노력(의도)과 결과의 인과성이 희미해진다.

 

 금요일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겪었다. 하지만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고 언젠가 일어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막상 그 일을 겪었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최악의 순간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의 삶도 버틸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좋지 않은 결과들이 있을 때마다 나 자신을 자책하고는 했었다. 만약 그때 이렇게 행동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라는 식의 생각들 말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행동한다면 다른 결과가 있지 않을까 머릿 속으로 여러 번 생각해보곤 했었다. 아마 이런 이유에서이겠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내 기도가 부족했구나 더 기도를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일들은 그냥 무작위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처럼 그냥 내리는 것이다. 딱히 이유가 없다. 자책할 필요도 없고 과거의 나의 행동을 돌아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오늘의 소나기는 내일 내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오늘 내린 소나기가 '그냥' 내렸듯이 내일의 소나기도 '그냥'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좋은 일도 '그냥'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좋은 의도와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좋은 일이 오면 두 팔을 활짝 벌려 감싸안으면 된다. 그리고 오히려 안 좋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일이 더 반갑고 애뜻할 것이다. 냉탕에 다녀와봐야 온탕의 소중함을 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가장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라고 말했나 보다.  오늘 좋은 일이 있더라도 미래의 더 더욱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최고의 날들이 왔을 때 마음이 둥가둥가 춤출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싶다.

 

 보고타 몬세라떼 언덕을 올라가서 하염없이 내려다보며 마음에 담던 시간 많던 그때가 가끔은 그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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