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으로 지리산을 선택하다
올해 8월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해외여행도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곤 했지만 정작 국내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또 아버지가 산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아버지랑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지리산을 찍었다. (내가 지리산을 가자고 할 때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인지도 몰랐다. 한국 전체로 보면 백두산 1등, 한라산 2등, 지리산 3등이다.)
지리산 국민루트 : 백무동 - 중산리
지리산은 진짜 어마어마하게 큰 산이라 코스가 엄청 많은데 아빠와 나는 지리산 국민루트인 '백무동-장터목-천왕봉-중산리' 코스를 선택했다. 서울에서 가는 방법은 산악회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사당에서 타면 전일 10시에 출발해서 백무동에 새벽 3시 반 정도에 내려준다. 코스별 후기는 다음과 같다.
- 백무동 - 장터목 : 힘든 오르막 코스인데 새벽이라 앞이 안 보여서 힘든지도 모름 (3시간)
- 장터목 - 천왕봉 : 그렇게 가파르진 않은데 새벽부터 걸어서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함 (1.5ㅅ시간)
- 천왕봉 - 중산리 : 지루한 너털길. 자신과의 싸움 (3시간) 너무 지루하면 법계사에서 버스 추천
지리산을 걸으면서 느낀점
지리산은 진짜 큰 산이다. 이게 막 계속 어디쯤 가고 있는지 보면 솔직히 가고 있다는 걸 느끼기가 어려울 정도다. 백무동에서부터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그냥 다음 이정표까지만 그 다음 이정표까지만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천왕봉도 오르고 중산리에도 무사히 내려왔다.
처음 출발할 때 버스에 내려서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사람들이 먼저 다 가버렸다. 뒤에서 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장 마지막에 출발했다. 그런데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 꾸역 꾸역 앞만 보고 가다보니 앞에 있는 사람을 다 지나와서 마지막 능선길에서는 앞에 사람이 없었다.
인생에서 남들보다 앞섰던 것이 별로 없었다. 대학도 반수, 삼반수 하느라 시간을 날렸고 군대도 남들보다 늦게 갔다. 호주에서도 처음에 취업을 못했지만 나중에 레주메도 돌리고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직업을 구할 수 있었고, 세계여행 때문에 취업도 늦었다. 이렇게 한 발씩 늦은 인생이지만 그냥 묵묵하게 내 길을 가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페이스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결국 나만의 길을 알차게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지리산을 오를 수 있어서 그 점이 앞으로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유퀴즈에서 나온 국립공원에서 일하시는 분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천왕봉을 같이 오르고 싶다가 소원이셨다고 하는데 아버지와 여기 저기 산을 많이 다니며 추억을 많이 쌓아야 겠다. 너무 즐거운 지리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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