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인도에서 신성시 하는 소고기를 먹었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되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한 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처음에 인도를 가기 전에는 모든 인도인들은 영어와 힌디어를 하며 간디와 네루를 좋아하고 커리를 먹고 있는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인도에 가보니까 인도는 정말 넓은 나라였고 그 안에 수많은 종교와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고 있었다.
얼마전에 블로거 점돌이님께서 '인도에는 소를 숭상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것(소고기를 먹는 것)이 가능한가요? 라고 질문을 주셨다. 나도 콜카타에서 가서 소고리를 먹을 때까지도 인도에서 소고기를 먹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도는 힌두교가 국가가 아니라 그렇습니다.
콜카타 : 과거 영국의 식민수도
나는 바라나시에서 콜카타까지 침대칸에 누워서 갔다. 기차로 대략 12~15시간 정도 걸린다. 콜카타는 대표적인 볼거리가 있는 도시는 아니다. 우리는 다르질링을 거쳐 네팔로 넘어가기 위해서 콜카타에 잠시 들렀다.
콜카타는 원래 캘커타라고 불렸는데 이게 영국식 발음이라서 도시이름을 콜카타로 바꿨다. 콜카타는 서뱅골 지역으로 이 지방은 인도의 공용어인 힌디어를 쓰는게 아니고 벵골어를 사용한다. 이 동네 자체를 뱅골이라고 부르며 서뱅골은 인도의 뱅골주를 의미하고, 동뱅골은 현재 방글라데시를 의미한다. 서뱅골은 힌두교 비율이 70%, 이슬람교 비율이 30% 정도이며, 동뱅골은 90% 가까이가 이슬람 신자라고 한다. 이렇게 콜카타는 힌두교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다. (이러한 종교 갈등이 방글라데시의 분리독립으로 이어졌다.)
인도의 국교는 힌두교가 아니다. 다양한 종교들을 허용하고 있으며 콜카타에는 힌두교, 이슬람교, 천주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인도인(엄밀히 말하면 힌두교 인도인)이 신성시하는 소를 먹어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인도인들이 소를 신성시한다는 게 좀 웃긴게 소들이 쓰레기 더미들에서 쓰레기를 파먹고 있고 소들이 가게 앞으로 왔다갔다해서 장사가 안되면 소를 막 쫓아내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배우는 거랑 보는 게 참 다르다고 느껴진다.
원래 콜카타는 동인도 회사의 본점이 있는 곳이기도 했으며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델리로 옮기기는 했으나 영국령 인도 수도로서의 영향력은 엄청 컸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구식 건출방식과 생활양식을 받아들였으며, 성당에 다니는 천주교인도 꽤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이 콜카타에 도착하는 바로 그날 저녁 소고기를 뜯으러 갔다!
콜카타에서 소고기를 뜯고 랍스터 커리를 먹다
인도에서 물갈이도 한 번하고 죽을 뻔 했다. 정말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잔다고 자신했었는데 인도에서 먹은 비리야니 볶음밥으로 초주검이 되었다. 인도의 음식들이 우리나라에 비해서 비위생적인 것은 맞는데 아무래도 상수도 시설이 너무 노후되었거나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고기다운 고기(우리로 치면 삼겹살, 목살이나 안심, 등심이나 치킨을 의미 ㅋㅋ)를 단 한번도 먹지 못해 기력이 없었다. 하지만 콜카타에 분명히 소고기가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우리는 OlyPub이라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소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다. 비주얼이 좋지 않다 ㅋㅋ 우리나라라면 바로 컴플레인감이지만 인도여서 감사히 먹었다. 여기도 나름 핫한 레스토랑이라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그래도 구글 평점 4점 이상이면 훌륭한 식당이 아닌가!
다음 날에는 랍스터 커리를 먹었는데 Bhozohori Manna 라는 식당이었다. 맨날 1000원짜리 밥에 나오는 묽은 커리만 먹다가 이런 고퀄리티 커리를 먹으니까 너무 행복했다. 여기도 구글 평점 4점이 넘는 전통의 맛집이다. 콜카타부터 뭔가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영국 식민지 시대 여행
콜카타는 꼭 영국을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영국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영국 식민지 시절 유산이 되게 많았기 때문이다. 세인트 폴 성당은 1839년에 지어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헌종임금 시대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판 칠때니까 정말 오래되었다)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여기 세인트 폴 성당의 미사시간을 보니까 미사 참여가 가능해서 미사를 봤다. 한국에서도 성당에 잘 안가긴 하니까.. 그냥 잘 못알아먹어서 뒤에 앉아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빅토리아 메모리얼이라고 식민지 시대에 빅토리아 여왕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든 건물이다 (뭐 대단한 거 같지만 솔직히 인도사람 입장에서는 일제가 조선에 신사 지은 거랑 별다를 바 있을까요..?)
캘커타에 트레이드 마크인 트램에 탔다. 정말 이 트램의 클라스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정말 얼마나 고치고 고치고 썼으면 이 정도 짬밥이 묻어날까? (당연히 조작은 매뉴얼이다!)
소매치기 조심하세요
콜카타 도로와 버스들도 보인다.
다르질링과 네팔로 넘어가기 위한 여행치고는 정말 만족했다. 델리에서부터 실망했던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콜카타는 영국식민지 수도에서 소고기를 뜯는 느낌이었다.
콜카타 여행시 일정에 참고할만한 사이트가 있어서 퍼왔다. 밥먹을 데와 갈데가 총 망라되어있다.
[인도 2편] 바라나시 _ 죽음을 보러가서 삶을 배우다
'여행 > 인도(In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4편] 다르질링 _ 인도에서 티벳을 보다 (0) | 2020.11.12 |
---|---|
[인도 2편] 바라나시 _ 죽음을 보러가 삶을 배우다 (0) | 2020.11.12 |
[인도 1편] 델리 : 혼돈과 카오스 (0) | 2020.11.12 |
[인도 Intro] 하한가 맞고 오를 일만 남는 여행 (0) | 2020.11.12 |
[인도 마무리] 여행의 이유를 준 곳 (1) | 2020.1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