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는 카이막을 먹으러 간다
사실 터키에 가는 이유는 카이막을 먹으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터키에 간다고 할 때 너도나도 카이막이 제발 진짜 어떤 맛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터키의 카이막은 물소젖을 끓이고 끓여서 위에 있는 크레마를 모아서 돌돌 마는 것인데, 우리나라에는 물소젖이 없기 때문에 우유로 만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소젖을 수입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카페의 비즈니스 구조 상 결국 커피를 끼워팔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디저트가 메인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터키는 디저트가 메인이다. Turkish Delight 라고 말할 정도로 기본적으로 디저트가 메인인 사람들이다. 이렇게 단 거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터키에서는 따뜻한 홍차가 국룰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카이막을 먹을 때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피즈 무스타파 : 진짜 맛있음
하피즈 무스타파를 추천하는 이유는 터키에서 특히 이스탄불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디저트 가게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행에서 뭐 하나를 찾으러 다니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냥 눈 앞에 보이는 데가 있으면 들어가서 먹어보면 제일 좋다. 물론 하피즈 무스타파는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 냉장고에 있는 네모난 플라스틱 통에서 카이막을 꺼내어 주셨다. 첫 카이막이지만 정말정말정말정말 맛있었다.
페스트리 계열의 빵도 좋지만 나는 슈미트(사진 오른쪽)와 카이막을 먹는 걸 가장 좋아한다. 아무래도 카이막의 식감 자체가 좀 부드럽다 보니까 빵은 좀 단단하고 밀도있는 걸 먹어주는 게 케미가 잘 맞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꿀은 뭘 먹어도 정말 맛있다.
이스탄불 수제 카이막집 (Karakoy Muhallebicisi) : 진짜진짜 맛있음
도대체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이 카이막 집은 유튜버인 육식맨 형님이 방문하신 곳이다. (참고로 백종원 형님께서 방송에서 먹어본 곳은 Boris'in Yeri 라는 곳인데 위치가 약간 애매하다.) 이게 갈라타 타워 근처에 있고, 오픈 시간이 아침 7시로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아침밥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진을 보니 올리브랑 꿀도 파시는 것 같다.
카이막은 역시 슈미트 빵이 국룰이다. 참고로 저 오른쪽에 있는 빵은 에크멕이라고 하는 빵으로 터키 모든 곳에서 그냥 주는 무료 빵이다!! 맛은 기분탓일지 모르겠지만 하피즈 무스타파보다 더 맛있었다. 뭔가 그 물소젖의 풍미 (아님 향기 뭐 그런거)가 더 깊게 느껴지는 게 더 좋았다.
하피즈 무스타파에서 먹었던 카이막과는 다르게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라 퍼주셨는데 모양새가 다 흐트러져있다. 뒤에서 말하겠지만 마트에서 파는 카이막은 좀 더 모양새가 잡혀있다. 육식맨 형님 유튜브에서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바는 본인이 물소농장도 운영하고 거기서 생산된 물소젖으로 만드셔서 부심이 장난 아니라고 하신다.
여기서 또 물소 우유를 파는데 이게 또 진짜 찐하고 맛있다. 사실 유제품에 대한 호불호로 평판이 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워낙 찐한 모든 종류의 유제품(그릭 요거트, 미국/호주에서 먹는 찐한우유 <- 뭐라고 하는지 모름)을 좋아하기 때문에 너무 맛있었다. 다만 모든 음료를 아이스로 때려넣는 한국인이기에 뜨거운 걸 먹어서 먹기가 정말 힘들었다(?)
안탈리아 동네 카이막집 (Peynir Dunyasi) : 맛없음
이제 이스탄불에서 카이막을 2번이나 먹어봤고 카이막 고수가 되었다는 망상에 빠져 안탈리아에서도 카이막을 도전하게 되었다. 에어비앤비 근처에서 구글맵으로 카이막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가장 가까운 곳에 갔다. 약간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동네 유제품 샵이었다.
터키인들이 유제품에 얼마나 정신이 나가있는지는 이 매대만 보면 알 수 있다.
일단 이 비주얼을 보자마자 내가 알던 카이막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뜬금없는 비유지만 마산에 살던 친구의 말에 따라면 실제 마산 아구찜은 서울처럼 그렇게 질척질척한 느낌이 아니고 좀 더 조림 같은 느낌이라고 했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먹었던 이스탄불의 카이막은 설마 서울의 아구찜처럼 가짜 음식이 아니었을까라는 잡념을 했다.
본인이 카이막 고수라는 망상에 빠져 한 그릇을 사왔고, 오는 길에 능숙하게 빵도 사왔다.
안타깝게도 먹어본 카이막 중에 제일 맛이 없었다. 그릭 요거트처럼 정말 꾸덕꾸덕 했고, 마트에서 산 꿀을 아무리 부어도 내가 생각했던 카이막의 맛이 나지 않았다. 이건 마치 인도에서 인도 음식을 먹었을 때 느꼈던 실망감 같은 것이었다. (여전히 최고의 인도음식은 한국에 있다고 믿는다.) 마트에서 산 꿀을 아무리 부어도 내가 생각했던 카이막이 아니었다.
까르푸 카이막 : 생각보다 훨씬 맛있음
친구와 아침밥으로 카이막을 먹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페티예로 가는 날 페티예 버스터미널 앞에 까르푸가 있길래 까르푸 냉장고를 바라보니 카이막이 있었다. 바로 집어서 계산했다. 터키의 아이스아메리카노격인 아이란도 사고 슈미트 빵도 샀다.
마트에서 파는 카이막이 진짜 맛있었다. 하피즈 무스타파 아저씨께는 죄송하지만 거기 카이막보다 더 맛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냥 아무 테이블에나 앉아서 친구와 저거 한 통을 진짜 다 먹었다. 때론 허접한 동네 커피집보다 메가 커피가 맛있듯 때론 표준화된 맛이 진리일 때가 있다. 까르푸 카이막을 정말 정말 강추하고, 저 꿀도 꼭 사시기 바란다.
카이막을 사올 수 있을까? 사올 수 있다!
카이막이 아무래도 상온 보관된 음식이라 처음에는 기념품으로 들고 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올 때 마트에서 딱 2개만 집어서 캐리어에 넣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카이막을 충분히 사올 수 있다. 기내 화물칸이 온도가 꽤 낮아서 그런지 집에 와서 먹어도 맛의 변질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 마트에 파는 카이막을 왕창 사오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터키에 가면 저 희석식 요구르트에 소금을 친 아이란을 꼭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이슬람 국가들에는 동네에 멍뭉이와 냥이들이 엄청 많기 때문에 또 저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결론은 터키에서 카이막과 꿀은 어딜가서 먹어도 맛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마트에서도 말이다. (꾸덕한 동네 카이막은 방문자 여러분이 꼭 드셔보시고 판단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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